"물건 대신 시간을 팝니다" 빅데이터가 증명한 오프라인 '쇼룸투어' 전성시대

pikk 에디터 |
사진 : KPR

온라인 쇼핑이 숨 쉬듯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길을 나서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단, 그 목적이 ‘물건을 사기 위해서’에서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서’로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종합커뮤니케이션그룹 KPR 부설 KPR 인사이트연구소가 최근 3년간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는 이러한 오프라인의 영리한 생존 방식을 명확하게 숫자로 증명해 냅니다.

오프라인 결제와 매장 방문에 대한 온라인 언급량은 2023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을 묘사하는 단어들입니다. 과거에는 환불이나 단순 구매와 관련된 단어들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경험', '서비스', '분위기', '감성' 같은 키워드가 압도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특정 지역의 핫한 브랜드 매장들을 순례하듯 방문하는 이른바 ‘쇼룸투어’ 자체를 하나의 독립적인 여가 활동이자 소비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한남동, 성수동, 홍대 등 트렌디한 브랜드가 밀집된 상권을 중심으로 이러한 쇼룸투어 관련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밀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체험형 리테일(Experiential Retail)’ 트렌드에 발맞춰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문법도 진화 중입니다. 온라인에서 이미 확고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무신사는 지난 2월 성수에 '무신사 킥스'를 오픈하며 공간을 제품 비교와 체험의 장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스마트폰 QR코드로 재고를 확인하는 온라인의 편리함에 직접 신어보는 오프라인의 쾌감을 결합한 것이죠. W컨셉 역시 성수동 쇼룸을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를 오감으로 경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가장 직관적인 장치로 테크놀로지를 영리하게 활용한 사례들도 눈에 띕니다. H&M이 아시아 최초로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에 도입한 '이머시브 피팅룸'은 터치스크린 조작으로 페스티벌이나 클럽 같은 조명과 배경을 연출할 수 있어, 피팅룸 자체를 방문객들의 SNS 인증 성지로 만들었습니다. 길을 걷던 소비자가 쇼윈도를 통해 가상 착용(AR)을 해볼 수 있게 만든 코치(Coach)의 사례도 단순한 매장을 인터랙티브한 놀이터로 바꾼 좋은 예입니다.

결국 오프라인 공간의 무기는 상품의 가짓수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시간’을 얼마나 점유할 수 있는지로 판가름 나고 있습니다. 공간 그 자체가 강력한 매체이자 브랜드 경험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행사 기획자들이 팝업스토어나 오프라인 캠페인을 기획할 때 가장 많이 받는 KPI 압박 중 하나가 '그래서 현장 매출이 얼마나 나오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KPR의 이번 데이터는 오프라인 공간의 진짜 가치가 현장 결제액이 아니라 '고객의 체류 시간'과 '자발적 SNS 바이럴(콘텐츠 생산)'에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H&M의 이머시브 피팅룸처럼, 고객이 스스로 카메라를 켜고 놀게 만드는 '한 끗'의 체험 설계가 그 어떤 매체 집행보다 강력한 브랜드 마케팅 수단이 되는 시대입니다.